제3편 · 팔일
3.1–26
3.1
공자께서 계씨를 두고 말씀하셨다. "자기 집 뜰에서 팔일무를 추게 하는구나.1 이것을 참을 수 있다면 무엇인들 참지 못하겠는가?"
3.2
세 집안이 제사를 마치고 제기를 거둘 때 「옹」을 부르게 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제사를 돕는 이는 제후들이요, 천자는 엄숙하고 장중하시도다.'2 이 말이 세 집안의 대청에서 무슨 뜻이 있겠는가?"
3.3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어질지 못하면 예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사람이 어질지 못하면 음악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3.4
임방이 예의 근본을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그 물음이여! 예는 사치스럽기보다는 차라리 검소해야 하고, 상례는 겉치레를 갖추기보다는 차라리 진심으로 슬퍼해야 한다."
3.5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임금이 있는 오랑캐도 임금이 없는 중원의 나라들만 못하다."
3.6
계씨가 태산에 제사를 지내려 했다. 공자께서 염유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말릴 수 없느냐?" 염유가 대답했다. "말릴 수 없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아! 태산의 신이 임방만도 못하다고 여긴단 말이냐?"3
3.7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다투는 일이 없다. 굳이 있다면 활쏘기일 것이다. 서로 읍하고 사양하며 당에 오르고, 내려와서는 함께 술을 마신다. 그 다툼은 군자다운 다툼이다."
3.8
자하가 물었다. "'어여쁜 웃음에 보조개 고와라, 아름다운 눈에 눈동자 맑아라, 흰 바탕에 고운 빛깔이 빛나네.' 이것은 무슨 뜻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을 마련한 뒤에 한다." 자하가 말했다. "예는 그 뒤에 온다는 말씀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를 일깨워 주는 이는 상이로구나! 이제야 너와 함께 『시』를 이야기할 수 있겠다."
3.9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나라의 예를 나는 말할 수 있지만, 기나라로는 증거를 대기에 부족하다. 은나라의 예를 나는 말할 수 있지만, 송나라로는 증거를 대기에 부족하다.4 기록과 옛일에 밝은 사람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넉넉하다면 나는 그것으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3.10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체 제사에서 처음 술을 붓고 난 뒤로는 나는 보고 싶지 않다."
3.11
어떤 이가 체 제사의 뜻을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모르겠다. 그 뜻을 아는 이라면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 여기 놓인 것을 보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 손바닥을 가리키셨다.
3.12
조상에게 제사 지낼 때는 조상이 계신 듯이 하고, 신에게 제사 지낼 때는 신이 계신 듯이 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몸소 제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제사를 지내지 않은 것과 같다."
3.13
왕손가가 물었다. "'아랫목 신에게 아첨하기보다는 차라리 부뚜막 신에게 아첨하라'5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습니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습니다."
3.14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주나라는 하나라와 은나라 두 왕조를 거울삼았으니, 그 문화가 참으로 찬란하구나! 나는 주나라를 따르겠다."
3.15
공자께서 태묘에 들어가 일마다 물으셨다. 어떤 이가 말했다. "누가 추 땅 사람의 아들이 예를 안다고 했는가? 태묘에 들어와서 일마다 묻는구나." 공자께서 이를 듣고 말씀하셨다. "이것이 바로 예다."
3.16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활쏘기에서 과녁의 가죽을 꿰뚫는 것을 위주로 하지 않는 것은 사람마다 힘이 같지 않기 때문이니, 이것이 옛날의 도리다."
3.17
자공이 초하루를 고하는 제사에 바치는 양을 없애려 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야! 너는 그 양을 아끼지만, 나는 그 예를 아낀다."
3.18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임금을 섬기면서 예를 다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아첨이라 여긴다."
3.19
정공이 물었다. "임금이 신하를 부리고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임금은 예로써 신하를 부리고, 신하는 충성으로써 임금을 섬겨야 합니다."
3.20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관저」6는 즐거우면서도 지나치지 않고, 슬프면서도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3.21
애공이 재아에게 토지신의 신주에 대해 물었다. 재아가 대답했다. "하나라 사람들은 소나무를 썼고, 은나라 사람들은 측백나무를 썼으며, 주나라 사람들은 밤나무를 썼는데, '백성을 벌벌 떨게 하려는 것'이라 합니다."7 공자께서 이를 듣고 말씀하셨다. "이루어진 일은 말하지 않고, 끝난 일은 간하지 않으며, 지나간 일은 탓하지 않는다."
3.22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관중의 그릇은 작구나!"8 어떤 이가 말했다. "관중은 검소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관씨는 집을 세 채나 두었고, 관원들에게 일을 겸하게 하지 않았으니, 어찌 검소하다 하겠는가?" "그렇다면 관중은 예를 알았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라의 임금이 문에 가림벽을 세우자 관씨도 문에 가림벽을 세웠다. 나라의 임금이 두 임금의 우호를 위해 술잔을 엎어 두는 대를 두자 관씨도 그 대를 두었다. 관씨가 예를 안다면, 누가 예를 모르겠는가?"
3.23
공자께서 노나라의 태사에게 음악을 말씀하셨다. "음악은 알 수 있는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모든 소리가 한데 어우러지고, 이어서 펼쳐지면 조화롭고 또렷하며 끊임없이 이어져 마침내 완성된다."
3.24
의 땅의 국경 관리가 뵙기를 청하며 말했다. "군자께서 이곳에 오시면 내가 뵙지 못한 적이 없습니다." 따르던 제자들이 그를 뵙게 했다. 그가 나와서 말했다. "여러분, 선생께서 벼슬을 잃은 것을 어찌 걱정하십니까? 천하에 도가 없어진 지 오래되었으니, 하늘이 장차 선생을 목탁으로 삼으려는 것입니다."9
3.25
공자께서 「소」를 두고 말씀하셨다. "아름다움을 다했고, 또 선함을 다했다." 「무」를 두고 말씀하셨다. "아름다움은 다했으나, 선함은 다하지 못했다."10
3.26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윗자리에 있으면서 너그럽지 않고, 예를 행하면서 공경하지 않으며, 상을 당하여 슬퍼하지 않는다면, 내가 무엇으로 그를 보겠는가?"
- 여덟 줄에 여덟 명씩 추는 춤은 천자만이 쓸 수 있는 예였다. 노나라 대부인 계씨에게는 네 줄만 허락되었다. ↩
- 주나라 왕실 종묘의 노래 「옹」의 구절. 세 집안은 맹손, 숙손, 계손으로 노나라의 가장 힘 있는 대부 가문이었다. ↩
- 큰 산에 제사 지내는 것은 군주만의 일이었다. 태산의 신도 예의 근본을 물었던 임방처럼 예에 맞지 않는 제사를 받지 않으리라는 뜻이다. ↩
- 기나라와 송나라는 각각 하나라와 은나라 왕실의 후손이 다스리던 작은 나라였다. ↩
- 아랫목은 방의 서남쪽 구석으로 존귀한 자리이고, 부뚜막 신은 지위는 낮지만 일상에 가깝다. 위나라의 권신 왕손가는 공자가 임금보다 자기에게 잘 보여야 한다고 넌지시 말한 것이다. ↩
- 『시경』의 첫 노래로, 아름다운 신부를 그리는 마음을 읊었다. ↩
- 밤나무를 뜻하는 '율'과 두려워 떤다는 '전율'의 '율'이 같은 소리인 것을 이용한 말장난이다. ↩
- 관중(기원전 7세기)은 제나라의 재상으로, 그 임금을 제후들의 패자로 만들었다. ↩
- 목탁은 나무 혀를 단 방울로, 관리가 백성에게 법령을 알릴 때 흔들었다. ↩
- 「소」는 선양으로 천하를 받은 성왕 순의 음악이고, 「무」는 전쟁으로 천하를 얻은 주나라 무왕의 음악이다. ↩